‘지금이 가장 싸다.’ 홈쇼핑 문구 같은 이 말이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을 넣는 수요자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자재값과 인건비, 금융비용 등이 다락같이 오른 영향으로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향후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불안 심리가 모여 높은 청약 경쟁률로 나타나고 있다.
연내 서울에서만 약 3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9000여 가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뿐 아니라 강동, 동대문, 마포 등 인기 지역에서 연내 분양이 계획돼 있어 청약 장터가 북적일 전망이다.
같은 시기 청약을 받은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의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3억9393만원에 달했다. 후분양 단지(내년 3월 입주)여서 잔금 마련 기간이 빠듯한데도 1순위에서 평균 14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4만1344명),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3만7024명) 등 하반기 들어 1순위 청약에서 1만 개 넘는 청약통장이 접수된 단지만 5곳이다.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공사비가 청약 인기 요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싼 가격에 공급된다’는 조바심이 작용하고 있다. 향후 공급 감소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2~3년 후 입주 때 가격 전망이 지금 경쟁률을 결정한다”며 “서울은 전국에서 5년 미만 아파트 비중이 가장 적은데, 앞으로 공급 부족으로 새 아파트 가치가 더 뛸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분양가는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같은 동대문구에서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총 326가구)도 이달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또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동구에서 이달 4개 단지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더샵강동센트럴시티’(670가구), ‘둔촌현대1차리모델링’(572가구),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535가구), ‘천호역마에스트로’(77가구) 등이다. 현대건설이 관악구에서 23년 만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997가구)과 서울지하철 6호선 보문역 역세권인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199가구)도 이달 나온다.
입지 경쟁력이 탄탄한 성동구와 마포구에서도 공급이 계획돼 있다. GS건설은 이르면 다음달 성동구 용답동에서 ‘청계리버뷰자이’를 분양한다. 이 단지와 바로 붙어 있는 ‘청계SK뷰’(396가구)가 지난달 183.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계리버뷰자이는 1670가구로 대단지 프리미엄이 붙을 전망이다. 일반분양 물량도 797가구로 많다. 마포에선 ‘마포로3-3구역’(239가구), ‘기린동산빌라 재건축’(123가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1101가구)가 올해 분양 예정지로 꼽힌다.
이르면 이달 송파구에서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1265가구)이 공급될 전망이다.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강남구 ‘청담르엘’(1261가구), ‘래미안레벤투스’(308가구),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245가구),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3307가구), ‘아크로클라우드파크’(1157가구),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의 연내 분양이 거론된다.
공사비 증액 갈등, 조합 내부 사정, 분양가 책정을 둘러싼 눈치싸움 등의 요인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로 공급 일정이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당초 분양 예정단지 중 실제 분양을 시행한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이달 강동·구로·강서…무순위 청약도 주목
분양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이 작년 6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 ‘은평자이더스타’는 최근 계약률이 올라가고 있다. 전용면적 49㎡ 분양가가 7억6000만~8억8000만원대 구간에서 책정됐다. 다소 높은 가격 때문에 전용 49㎡ 일부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았으나, 최근 분양가가 전반적으로 치솟고 계약금 2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도 제공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는 지난달 4차 임의 공급에서 전용 84㎡ 45가구 모집에 199명이 신청하며 평균 4.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작년 4월 분양 당시 전용 84㎡를 11억원대에 공급해 1년 넘게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한 단지다. 지난달 전용 53㎡ 1가구에 대해 8차 무순위 청약을 받았을 땐 무려 169명이 몰리기도 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옛날엔 비싸다고 인식되던 가격 수준이 요즘엔 합리적이라고 재평가되는 분위기”라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 혜택 등 판촉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간간이 나오는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 6월 동작구 ‘흑석자이’ 2가구 줍줍에 무려 93만4728명이 몰린 이후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289 대 1), 강서구 ‘우장산한울에이치밸리움’(134.5 대 1) 등도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예정된 서울 무순위 청약 물량으론 강동구 ‘강동중앙하이츠시티’(21가구), 구로구 ‘남구로역동일센타시아’(15가구), 강서구 ‘화곡더리브스카이’(19가구) 등이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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